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에 이어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문화체육관광부의 특별 감사를 통해 지난 5일 전격 해임됐다. 두 사람은 지난 3월 유인촌 장관이 "지난 정부의 정치색을 가진 장들은 물러나는 게 자연스럽다"며 직접 거명한 인사들이다. 이들은 정치와 무관하다며 임기를 채우겠다고 버텼지만 결국 불명예스럽게 중도하차했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정부가 내놓은 두 사람의 해임 사유가 설득력을 잃고 있다는 점. 김윤수 관장의 경우, 문화부는 마르셀 뒤샹의 작품 '여행용 가방'을 비싸게 구입했다는 이유를 주로 꼽았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이미 경고 처분을 받았던 사안으로 '중복 징계'라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김정헌 위원장은 문화예술진흥기금 54억원 운용 손실이 해임의 주요 사유였다. 액면 그대로 보면 물러나는 것은 당연한 것 같지만 금융위기 이후 정부 산하기관이 운용 중인 기금 중 대부분은 손해를 봤다. 그런 탓에 김 위원장은 "관광기금의 평가손실이 벌써 70억원을 넘었는데, 그렇다면 관리를 맡고 있는 유 장관도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이와 함께 두 사람은 각각 11월 7일과 12월 5일인 '금요일'에 해임됐다. 이를 두고 문화부 주변에서 '금요일의 대학살'이라고 했다. 주말과 휴일을 거치면서 자칫 부정적 여론의 확산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많다.
그만큼 두 사람을 해임한 문화부가 떳떳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자초했고 문화계에서도 "그런 얄팍한 술수로밖에 내쫓지 못하냐"고 비아냥거렸다. 아무튼 문화는 마음과 마음의 소통이라 했다. 그러나 최근 문화부의 행태를 보면 소통부재 속에 문화를 '정권의 전리품'으로 전락시키고 있는 것 같아 무척 씁쓸하다.
tokm@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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