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에 저항하는 것이 예술이다
문화예술인들, 용산참사 진실회복 촉구
[안태호 기자]
▲ 문화예술인들이 용산참사의 진실회복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우리는 세속정치의 이해관계를 초월하는 고고함을 추구하지만, 그러나 인간성의 기반을 훼손하는 불의와 폭력에는 온몸으로 저항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이웃의 아픔을 내 것으로 받아들이고 민중의 고통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그는 진정한 문학인ㆍ예술가가 아닙니다.”(염무웅_문학평론가, 한국작가회의 고문)
용산참사에 대한 검찰수사결과가 발표되고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가 사임한 2월 10일 오후 1시. 용산참사 현장에서는 문화예술인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참사의 진실회복을 촉구했다. 문학평론가 염무웅, 한국독립영화협회 임창재 대표, 문화연대 김정명신 공동대표, 영화배우 권병길, 한국작가회의 이재웅 사무처장,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염신규 정책기획팀장 등 20여명의 문화예술인들은 검찰의 수사발표가 최소한의 객관성도 확보하지 못한 채 진실을 외면하고 있다며 정부와 검찰을 비판했다. 기자회견에는 꽃다지, 문화연대, 민족미술인협회,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영화인회의, 우리만화연대,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한국작가회의 등 9개 단체가 참여했다.
한국작가회의 고문을 맡고 있는 문학평론가 염무웅은 검찰의 수사발표에 대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가 어떤 나라인가, 도대체 국가권력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에 대해 근본적으로 회의하게 만드는 사태”라며 “야만의 정치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회복이 시급한 역사적 과제로 떠올랐다”고 힘주어 말했다.
영화배우 권병길은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라는 성경말씀을 인용하며 ‘이명박 대통령은 장로직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그는 “모든 국민의 생명과 행복을 보장해야 할 정부가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 있느냐”며 삼성이 아무리 최첨단 기술을 가졌더라도 인간의 생명을 만들어낼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한국독립영화협회의 임창재 대표는 한동안 침통함에 입을 열지 못하다 “대한민국에 산다는 것이 이렇게 부끄러운 적이 없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정치, 경제, 사법권력 그 밖의 모든 권력을 가진 자들이 가난하고 열심히 사려는 이들의 마지막 꿈마저 짓밟고 있다”며 분개했다. 이어 “국민을 이기는 법은 없고 국민을 이기는 대통령도 없다”며 “부끄럽고 비참하지만 희망을 갖는다”고 이야기했다.
기자회견 진행을 맡은 문화연대의 이원재 사무처장은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가 사임했지만, 이번 사태는 김석기가 책임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내각이 총사퇴하던 어떻게 하든 정권 차원의 책임이 필요하고 김석기는 구속수사가 필요할 뿐”이라고 밝혔다. 또, “자꾸 용역 이야기가 나오는데 용역은 꼬리에 불과하다. 삼성을 비롯한 개발자본들이 참사의 근원지”라며 용산참사의 근원적인 원인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현장에는 전국 50여명의 미술인들이 작업한 걸개그림이 놓여졌고, 백무산 시인의 시 ‘민주공화국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자행한 학살만행을 보라’를 송경동 시인이 낭송했다.
문화예술인들은 참사현장을 이번 사건을 기억하는 추모공간으로 만드는 활동을 진행 중이다. 또, 모금을 통해 일간지에 추모광고를 내고 17일(화)에는 인디스페이스에서 추모영상 상영과 공연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편집 : [안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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