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로 보는 논술] 오윤 '가족 2'
가난을 대물림하는 사회에 문제 제기를 하다
최혜원 블루로터스 아트디렉터 '미술 쟁점-그림으로 비춰보는 우리시대' 저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독재자가 지배하는 시대에는 자유로운 사상과 예술 표현에 대한 탄압이 자행됐다. 독일 나치가 표현주의 등 현대미술을 '퇴폐미술'이라며 금지한 예가 그러했고, 우리나라에서도 70~80년대에 불온하다는 이유로 특정한 책과 노래들이 금지되기도 했다. 예술의 수난이라고나 할까. 정치성을 드러낸다는 이유로, 혹은 공익적이고 교훈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탄압당하기도 했다. 또 예술이 선전도구로 이용되는 등 많은 예술가들이 정치적 목적 아래 희생당하기도 했다.
화가의 그림은 개인적인 경험과 감상을 위주로 그려지지만, 때로는 정치적 견해와 입장을 표명하기도 한다. 이런 미술을 '정치미술'이라고 한다. 풍자나 비판을 통해 정치에 참여하는 미술을 말한다. 특히 지난 20세기에는 이념의 갈등, 계급간의 갈등을 비롯한 수많은 사건과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그 고통스런 현실 앞에서 예술가들은 예술작품을 통해 저항과 비판, 희망을 표현했다. 비록 완벽한 승리를 거둘 수는 없었지만, 예술은 생각을 전파하고 설득하는 힘이 있었다. 20세기의 정치적 혼란과 격동 속에서 예술이 차지한 역할과 그 영향력이 어떠했는지 한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 오윤,‘ 가족 2’, 캔버스에 유화, 131x162 cm, 1982년
현실 비판적 자세를 취하는 예술가들의 활동은 서양은 물론 우리의 현대사에서도 나타났다. 지난날 한국사회에는 억압의 시대가 있었다. 그야말로 서슬 퍼런 시절이었다. 사회과학 서적만 들고 다녀도 붙잡혀 가고, 일체의 '불온한' 모임, 시대를 비판하는 발언 등이 용납되지 않는 등 표현의 자유를 억압당했다.
그리고 그 억압에 대항하기 위해 많은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현장에는 언제나 시위대의 신념과 비장한 각오를 대변해 주는 '걸개그림'이 있었다. 걸개그림은 주로 강렬한 주제의식과 강한 사회참여의 의지를 표현하는 것들로 시위대의 의지를 한눈에 알아 볼 수 있게 만든 것이다. 1980년대 군부독재에 반대하는 민주화 투쟁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이런 걸개그림은 대표적인 '민중미술'이다. '민중미술'은 정치미술의 한 갈래로 처음 시작부터 당국과 미술계의 검열 속에서 탄압 받아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세상도 달라졌다. 2006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41세의 나이로 요절한 '민중미술의 선구자' 오윤(1946~1986)의 20주기를 기념해 대규모 회고전이 열리기도 했으니 말이다. 오윤은 간결한 구도에 굵고 거친 선이 살아 있는 목판화를 통해 80년대 암울했던 사회현실과 민중의 한을 그려냈다.
그의 목판화 작품인 '칼의 노래'는 사악함과 더러움, 가난함, 음탕함, 병폐 등 모든 나쁜 것들을 큰 칼로 한 번 휘둘러 베어 없앤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 다른 작품인 '가족 2'는 그가 오랫동안 파고들었던 '가족'이란 주제로 그린 유화 그림이다. 이 그림은 한 가족의 집단초상화로, 가난이 대물림 되는 현실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현실에 대한 비판을 담았으면서도 관람객에게 정서적인 공감대를 느끼도록 한다. 농민, 노동자 계급에 속하는 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서 가난을 대물림 할 수밖에 없는 사회현실에 대해 간접적이면서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1980년대에도 그랬지만 요즘 사회의 양극화 현상은 점차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강남에 거주하는 부유층 자녀들이 좋은 대학에 들어갈 확률이 높다는 통계가 이를 반증한다.
1980년대를 지나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민주화의 상징이었던 민중미술은 과거에 가졌던 것과 같은 설득력을 점점 잃어갔다. 민중미술이 담당했던 저항의 자리는 다소 냉소적인 포스트모던 미술이 차지했지만 그 방식은 참으로 달랐다. 민중미술은 암울했던 시대와 함께 태어나 사라져 갔지만 우리 현실의 근본문제도 과연 그렇게 다 사라졌을지는 의문이다.
더 생각해볼 거리
1. 현대사회의 대중예술 가운데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극명하게 표현한 예술가를 찾아보고 그의 작품이 실제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자.
2. 극도의 경제불황 속에서 빈부의 격차가 심해지는 사회의 양극화 현상을 진단하고 그 해결책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입력 : 2009.02.11 16:04 / 수정 : 2009.02.1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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