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일상도 예술이 될 수 있다
[만화] [코믹 소사이어티] 사람들의 일상을 그린 만화, '을지로 순환선'
성상민 기자 gasi44@paran.com
우리는 우리 주변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까? 너무나도 평범하고 구질구질하다고 생각해서 초라하게만 바라보고 있지는 않습니까?
한국 사람들이 만화와 예술에 대한 편견 중 하나는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작품에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분명히 지루하고 평범한 일상이 재미있거나 흥미롭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좋든 싫든 우리는 그런 주변에 살고 있습니다. 주변을 탈출하고자 하는 생각도 좋지만, 한 번쯤은 자기 주변의 모습도 들여다봐야 합니다.
민중 미술 출신의 만화가 최호철 씨가 펴낸 만화 및 일러스트집 '을지로 순환선'은 우리 주변의 일상과 사건을 하늘 위에서 쳐다보는 시선으로, 때로는 밀착한 시점으로 보여 줍니다. 그의 눈으로 보는 일상은 한 점의 미화가 없습니다. 그저 주변을 사실 그대로 전달할 따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그림은 들여다 볼 수록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사소한 부분마저도 놓치지 않고 정밀하게 묘사하는 섬세함과 지하철 내부, 새로 개업한 가게, 마을 시장, 달동네 등을 정겹게 나타내는 그의 그림체는 우리의 일상이 하나의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작품은 일상의 작품화에 그치지 않고 일상에 숨어있는 사회의 문제를 파헤치는 데도 앞장섭니다.
평택 미군 기지 2부작을 보면 같은 도시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해 관계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과 자신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사람, 두 부류가 나옵니다. 송탄 안정리 미군 기지촌에 사는 사람들은 미군 환영 현수막을 걸고서 환영하지만, 미군 기지가 들어올 대추리 마을 사람들의 모습은 죽창을 들고서라도 삶의 터전을 지키려 싸웁니다. 정겨운 그림체에도 불구하고 많은 것을 생각케 합니다.
분명 일상은 힘겹고 지겨울 때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런 삶을 잊게 해줄 오락과 유희를 찾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대부분의 인기있는 만화가 그런 부류라면 이번에 소개한 '을지로 순환선'은 일반 서적에 비유하자면 사회과학을 다룬 서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판타지도, 신기한 사건도 없는 곳이지만 우리의 주변을 둘러보고 문제를 해결해나갈 때 나타나는 즐거움은 그 어느 즐거움보다 더 값질 것입니다.
■ 이번 <코믹 소사이어티>에서 다뤄진 작품
ⓒ 최호철 / 거북이북스
2009년 2월 16일 11:17
©2009 청소년 생생 리포트 - 바이러스
「을지로 순환선」 : 최호철 글, 그림의 만화 일러스트 집.
10여년간 각종 잡지에 기고했던 일러스트를 모아서 펴낸 최호철 최초의 일러스트집. 특히 최호철이 민중 미술가 출신의 만화가인 것을 생각하면, 민중 미술, 만화로서는 최초의 일러스트집이다. 한 가지 여담을 말하자면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이 해직된 사유 중 하나는 최호철의 「을지로 순환선」 및 민중 미술 몇 점이 미술관 소장품에 들어갔다는 이유였다.
현재 최호철씨는 어린이 잡지 「고래가 그랬어」에 전태일 열사의 삶을 다룬 만화 「태일이」를 연재 중이다. 현재 도서출판 돌베개에서 3권까지 나왔다. 어린이를 위한 만화지만, 청소년이나 성인이 읽어도 손색없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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