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민미협 아카이빙/2000년~2009년대 자료

[re] 미협이 달을 가르켰다는데???

by (사)한국민족미술인협회 2020. 11. 1.

달을 가리키는데 왜 손가락 끝만 보나?
[오마이뉴스 2005.01.28 17:15:26]

최근 대한민국미술대전의 상(賞) 명칭변경과 상금 인상을 놓고 미술계 내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이와 관련 지난 1월 24일 김정헌 문화연대 상임대표의 '대한민국 미술대전 권위주의 시대로 회귀하나'라는 기고를 게재한 바 있다. ● 이 글에 대한 반론 성격의 글을 한국미술협회가 보내왔기에 반론권 보장차원에서 이를 게재한다. 한국미협 관계자는 이번 사태와 관련 "여러 오해와 편견이 있으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편집자 주


현재 한국미술협회(이하 한국미협)에서 추진하고 있는 대한민국미술대전(이하 미술대전)의 개선방안을 두고 여론의 장에서 일련의 비판들이 이어지고 있다. 개선안의 본질은 덮어둔 채 상의 명칭을 바꾸는 일 등의 지엽적인 문제를 놓고 제기되고 있는 논란이 그것이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권위주의 시대로 회귀하나 1월 23일자 <한겨레신문>의 기사를 필두로 이튿날 김정헌 문화연대 상임대표의 비판글이 <오마이뉴스>에 게재되었고, 뒤이어 일부 미술단체들이 “권위주의 시대로의 회귀”를 이야기하는 성명 등을 발표함으로써 미술대전 개선안과 그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미협이 연일 질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에 한국미협은 이러한 비난에 대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히는 바이다.

먼저 한국미협에서 추진하고 있는 금번 미술대전 개선안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짚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한마디로 말해서 그것은 미술대전 운영상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다. 그동안 미술대전을 둘러싸고 매년 숱한 추문과 불공정 시비가 끊이지 않았고, 그 결과 대한민국 미술계의 공모전을 대표하는 미술대전이 급기야 세인들 사이에 희화화되기에 이르렀다. 바로 이 점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것이 본 개선안의 목적이다. 이를 위하여 개선안은 종래 미협회원들로만 한정되었던 운영, 심사위원을 범미술계 인사들에게까지 개방하여 공정성을 높이는 한편, 심사과정을 언론 등에 적극 공개함으로써 투명성을 제고하는 등 운영상의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개선안은 미술대전 운영상의 효율성과 세간의 관심도를 높이는 일에도 중요한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그동안 전시공간의 절대 부족으로 인해 년 6회에 걸쳐 전시회를 열게됨으로써 산만하게 진행되던 방식을 탈피하여, 전시공간을 대폭 확충하고 전시 횟수를 년 2회로 줄임으로써 효율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미술대전에 대한 미술계 안팎의 관심이 향상되도록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명공모제를 통한 비평가상 제도를 새롭게 제정하고 이를 위해 별도의 운영위원과 심사위원을 위촉함으로써 혹 일반공모에서 소외될 수 있는 젊은 신진작가들을 배려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개선안은 그간 미술대전이 직면해 왔던 고질적인 병폐들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는 진전인 것이다.

본질은 내용은 덮어둔 채 지엽적인 내용만 문제 삼아서야

개선안이 지향하는 바가 이와 같은데도, 일부 미술계 인사들은 이러한 개선안에 대해 비판 일색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들은 개선안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미술계의 현실이나 그 개선안이 담고 있는 본질적인 내용은 덮어둔 채, 상의 명칭을 ‘대통령상’ 등으로 바꾸려는 일부 지엽적인 사항만을 문제 삼아 이구동성으로 “과거회귀” 등을 운운한다. 손을 들어 가리키는 달은 보지 않고 그 손가락 끝만을 주시하며 혹시 손톱 속에 때가 끼지 않았나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먼저 ‘대통령상’이라는 명칭 등이 과거 “군사독재시절의 권위주의로의 회귀”라는 주장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제20대 한국미협 집행부는 실추된 미술대전의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는 수많은 미술인들의 간절한 염원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는 현 이사장의 가장 중요한 선거공약 중 하나였을 뿐만 아니라 당시 함께 출마했던 모든 후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공통적으로 내걸었던 약속사항이기도 하다. 미술대전의 권위 회복 문제는 또한 지난해 7월 문예진흥원 주최의 미술대전 개선을 위한 공청회에서 제기된 현안이기도 하였다.

그 공청회에서 논의되었던 바, 미술대전의 투명한 운영과 객관성 확보를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히 요청되었고, 이에 한국미협에서는 여러 차례의 자체 회의와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서 미술대전을 더욱 발전적으로 확대하고 위상제고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 결과 과거에 널리 인정받았던 미술대전의 권위를 되찾고자 운영상의 투명성과 객관성 확보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더욱 많은 신진작가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아울러 현행 숱한 다른 공모전과의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시상과정에서 새로운 명칭을 도입하기로 하였던 것이다. 게다가 공청회에서 지적된 문제점들은 미술대전 심층평가에 참여했던 위원들로 구성된 문예진흥원 내의 테스크포스에서 미술대전 개선안을 심의, 확정함으로써 오늘의 결과를 도출하였던 것이다.

다소 논란은 있었지만, 한국미협 집행부가 종전의 ‘대상’ 대신에 ‘대통령상’이라는 명칭을 도입하기로 한 배경에는 위와 같은 고심의 흔적이 배어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600여개의 민간 공모전이 존속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미술대전은 미술인들의 명실상부한 최대의 잔치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래 들어 무관심의 대상으로 급락하고 있는 미술대전의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반(半)관전의 이미지를 담고 있으면서 전통과 권위를 함축하는 ‘대통령상’이라는 명칭이 적절한 안으로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만약 비판자들의 주장처럼 ‘대통령상’이라는 명칭이 ‘과거 권위주의 시대로의 회귀’라면 현재 음악계와 국악계 등에서 실시되고 있는 동일한 명칭의 시상 제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말할 것인가? 이들의 논리대로라면 음악계와 국악계 또한 군사독재정권하의 시상제도를 고집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대통령상을 고집하고 있는 단체들은 모두 ‘비리의 온상’ 또는 ‘권위주의의 잔당’쯤 된다는 주장인데, 이는 아주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왜 그렇게 명칭에 대해 감정적으로 반응하는가? 공모전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작가에게 어떠한 명칭의 상을 부여하든 그것이 도대체 무슨 심각한 문제인가? ‘대통령상’을 수여하면 어떻게 “획일주의와 파벌, 눈치 보기 등이 양산된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대통령상’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던 작금의 극심한 획일주의와 파벌 폐해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명칭이 다소 복고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될 소지가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이 차별화를 위한 고육지책이었음을 밝히면서, 명칭을 이유 삼아 그토록 맹렬하게 힐난할 문제는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다음으로 개선안에 대해 혹자는 미술대전이 상금을 대폭 인상함으로써 ‘수상자 담합과 금전수수 등의 비리가 만연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술대전 상금은 지난 1980년대에 정해진 것이다. 그때 정해진 대상 수상작품의 1000만원이 20여 년이 지난 현재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개선안에서 제시한 금액은 당시의 금액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자는 것일 뿐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수상 작가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지금은 미술계가 처한 어려운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

다른 민간단체들의 대상 상금이 대체로 1~2천만원에 달하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54년의 역사와 전통을 지닌 미술대전의 최고상 상금을 3천만원으로 인상하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무리한 일은 아니다. 사실 ‘수상자 담합과 금전수수 등의 비리’에 대한 혹자들의 우려는 운영상의 철저한 투명성과 객관성을 최대한 확보함으로써 충분히 불식시킬 수 있는 사안이다

미술대전을 통해 새로이 등단하는 신진작가들에게 개선안이 제시하고 있는 상금은 결코 과하지 않다. 사실 오늘날 미술인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열악한 작업환경에 처해 있다. 이러한 때에 미술대전 하나쯤이라도 젊은 작가들에게 병역특례 등과 같이 희망을 주고 창작의욕을 북돋아주는 제도여야 한다. 작품 활동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또 작품에 쏟은 노력과 열정에 걸맞는 최소한의 명예도 부여되는 제도여야 한다.

상황과 형편은 이러한대, 상의 명칭을 바꾸고 상금의 액수를 올린 것이 개편안의 골자라는 일부 비판자들의 주장은 논지를 벗어난 주장이다. 문제의 핵심은 ‘대통령상’이라는 명칭이나 시상금액 적절성 여부 등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개선안이 미술대전의 고질병을 과연 개혁할 수 있는지, 또는 한국미협 집행부가 미술대전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할 의지와 역량이 있는지 등에 있는 것이 아닐까?

무릇 미술인들은 오늘날 우리 미술계가 처한 어려운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해야 할 것이며, 금번 개선안이 담고 있는 본질을 좀더 깊이 헤아려보아야 할 것이다. 바야흐로 지금은 어려운 작업여건 속에서도 오로지 작품제작에만 몰두하고 있는 수많은 미술인들의 단합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흑백논리를 내세워 대안 제시 없이 반대만을 하기보다는 서로 머리를 맞대어 더 나은 작업여건 조성과 미술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함께 매진할 것을 촉구한다.

2004년 1월 27일
한국미술협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