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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미협 아카이빙/2000년~2009년대 자료

독서신문, "흑백의 몸, 마치 유령이나 허깨비처럼"

by (사)한국민족미술인협회 2020. 12. 1.

"흑백의 몸, 마치 유령이나 허깨비처럼"

안창홍 개인전 오는 20일부터 사비나미술관에서
작가의 몸과 눈을 통해 인간의 역사를 그리다.


가죽소파_캔버스에 아크릴릭, 122×45cm, 2009     ©독서신문

사비나미술관은 오는 20일부터 6월 28일까지 39일간 안창홍 개인전(흑백 거울 : 마치, 유령이나 허깨비들처럼)을 갖는다.
한국현대미술의 독보적인 존재인 안창홍 작가의 26회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서는‘흑백의 누드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몸을 통해서 배어나오는 진실한 삶의 향기를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연령과 계층의 모델을 통해 인간의 역사를 안창홍 특유의 화법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안창홍의 몸과 눈을 통해 그려진 8인의 전신(傳神)
이번 전시에서는 인체의 누드(Nude)에 집중한다. 다양한 계층의 모델을 직접 섭외하여 작가의 작업실에서 그들의 전신상을 그렸다. 작품에서 모델의 모습은 작가의 눈과 몸을 통해 즉, 화가의 직관을 거쳐 다시 탄생하였다. 그들의 몸은 인간 삶의 체취와 향기, 그리고 개인을 넘어서 사회의 모습까지 발견할 수 있는 안창홍 만의 흑백 거울인 셈이다.


▲ 권의효 전신(傳神)_캔버스에 아크릴릭, 45×122cm, 2009(좌), 어떤 청춘_캔버스에 아크릴릭, 45×122cm, 2009(우)     ©독서신문

"대상에서 표출되는 느낌 중에 나만이 볼 수 있는 특별한 무엇을 모델과 닮은꼴의 거죽 위에 혼령을 뒤집어 씌우듯이 덧씌워서 그리거든. 옛날에는 초상을 그리는 것을 누구누구의 전신(傳神)이라는 말을 썼는데, 그게 영혼을 그린다는 뜻이잖아. 육체를 그리지만 넋도 불어 넣는 것이니까. 일상 속에서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타성에 젖은 시선으로 늘 상대를 바라보고 익숙한 인상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잖아.
그 사람의 살갗과 뼈 속 깊이, 동공의 그늘 깊은 곳에 가려져있는 영혼의 향기는 거의 맡지 못하고 산다고. 그렇지만 화가는 그런 것들을 보고 느끼고 끄집어내는 것이라고. 그러니 얼핏 보면 어디선가 본 듯하면서도 생경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거겠지. 화가의 눈은 초라하고 고단한 육체를 통해서도 육체의 근원적인 위대함을 발견해 낼 수 있고, 창녀의 지친 몸을 통해서도 인생의 격랑을 해쳐가는 강인함 속에 깃든 신성한 어떤 것을 발견해 낼 수가 있거든."
<안창홍 인터뷰 중, 2009>

▶세상을 바라보는 흑백의 거침없는 시선_“회색빛 절망 혹은 최악의 그림”
이번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은 장중한 흑백의 감수성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에로틱한 느낌을 주는 누드라는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흑백의 엄숙한 분위기와 대형의 작품 크기로 인해 안창홍의 누드는 경건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또한 거침없이 자신의 몸을 드러내고 있는 모델은 관람객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어, 보여지는 수동적 존재가 아닌 자신의 삶을 당당히 표출하고자 하는 능동적 인물로 표현된다. 이렇듯 안창홍은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을 흑백의 모델의 몸과 삶을 통해 거침없이 표현하고자 한다.


베드 카우치 5_캔버스에 아크릴릭, 300×210cm, 2008(좌), 베드 카우치 2_캔버스에 아크릴릭, 400×210cm, 2008(우)     ©독서신문


"2007년 가을 사진꼴라주 연작 '봄날은 간다' 발표 이후 계획한 신작들은 화려하고 키치적인 색채의 세태 풍자적 인물화였다. 세련된 소파에 기대앉거나 드러누워 나른하고 도발적인 포즈로 넘쳐나는 퇴폐의 시간을 희롱하는 인물들을 통해 권력과 성(性)과 부(副)의 은밀한 삼각관계를 그림으로 옮겨볼 생각이었으나, 그 내용을 완전히 뒤바꾸어 흑백 단색만의 전혀 다른 성격의 인물화를 그리기로 마음을 고쳐먹은 것이다. 돌이켜 보면 그것은 여지없이 붕괴된 희망과 허탈감에 대한 반감에서 빚어진 냉소와 자학이 결합된 결정이었다.

밝고 화사한 실내와 화려한 소품들 대신에 물감과 붓들이 어지럽게 흩어진 어둑한 작업실 바닥 위에 느닷없고 생뚱맞게 연출된(권력처럼), 딱딱한 베드 카우치 위에 강제된 의도로 걸터앉거나 불편한 자세로 비스듬히 누워 관객을 정면으로 응시하도록 모델들에게 부탁을 하였다.
그리곤 각자의 개성을 통해 대립된 환경의 모순 속에서도 개별적 삶의 역사가 묻어나는 건강하고 따뜻한 육체의 정직성과 존재감에 대한 경의, 가공되지 않은 몸을 통해 아름다움의 본질과 존재의 꿋꿋함을 그려보기로 한 것이다.
관객들에게 보여지기를 기다리는 수동적 형태가 아니라 관객과 시선을 마주하는 주체로서의 당당함을 그리기로 한 것이다... 2008년 한해 동안 제작된 작품들의 내용과 분위기를 ‘회색빛 절망 혹은 최악의 그림’이라 푸념하며 지루하고도 힘에 겨웠든 시간들을 견뎌낸 심정을 이렇게 너스레떨며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안창홍 작업노트 중, 2009>

▶인간과 삶, 그리고 사회를 향한 안창홍의 예민한 촉수
안창홍 작가는 작품을 통해 인간과 삶, 그리고 사회를 이야기한다. 올해로 28년의 작품생활을 맞이한 작가는 인간과 문명, 사회적 폭력에 대한 저항, 인간의 위선에 대한 통렬한 비판, 익명의 개인에게 바치는 헌사에 이르기까지 그는 언제나 한 곳에 머무는 것을 거부하며 변화를 시도해왔지만, 작품의 중심에는 사회를 반영하는 인간의 삶에 대한 안창홍의 날카로운 눈이 있었다. 이번 전시에서도 다양한 모델을 통해 표현한 굴곡많은 인간사를 안창홍의 예민한 촉수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베드 카우치 7_캔버스에 유채, 227×145cm, 2009(좌),베드 카우치 8_캔버스에 아크릴릭, 162×112cm, 2009(우)     ©독서신문

“예술가라면 그 시대를 아파하든 그 시대를 자랑스러워하든 그 시대에 동참해야 하는 거야. 외면해서는 안되지. 화가의 눈은 항상 깨어있어야 해. 모더니스트여야 하고 그 시대의 아방가르드여야만 돼. 구태의연해서는 안돼. 데카당스하고 도덕의 틀에서도 해방되어야해. 끝없이 실험하고 늘 반역을 꿈꾸는 자유인이어야만 한다는 말이지. 예술은 자유와 저항, 그것을 뿌리로 가치있는 정신의 꽃이 피어나는 거지.”
<안창홍 인터뷰 중, 2009>


<양미영 기자>





안 창 홍  Ahn, Chang Hong
1953년 경남 밀양 출생
개인전
2009~1981  26회 개인전 개최
주요 그룹전
2008 봄날은 간다 (광주시립미술관)
2007 한국미술의 리얼리즘 - 민중의 고동 (반다지아, 후쿠오카, 미야코죠노시립미술관 등 5개 미술관 순회전, 일본)
2006 한국 현대미술 100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05 당신은 나의 태양 : 한국미술 1960~2004 (토탈미술관, 서울)
2004 부산비엔날레 (부산시립미술관)
2003 예술가의 술 이야기 (사비나미술관, 서울)
2002 광주비엔날레 프로젝트3 : 집행유예 (8.15시민공원, 광주)  
2001 한국미술2001; 현대 회화의 복권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00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 인간과 성 (광주시립미술관)
1998 창-안과 밖 (광주시립미술관)
1997 광주비엔날레 특별 (광주시립미술관)
1996 밤의 풍경 (갤러리사비나, 서울)    
1994 민중미술15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1993 93 한국현대미술의 꽃 (그림마당민, 서울)
1992 구상회화의 재조명 : 풍자화 그 해석의 소리 (현대미술관, 서울)
1988 한국미술의 위상 (한강미술관, 서울)  
1987 반고문 (그림마당민, 서울)
1986 현실과 발언 (그림마당민, 서울)
1985 어떤 정신들 (한강미술관, 서울)
1984 인간 (미술회관, 서울)
1983 현실과 발언 동인 (관훈미술관, 서울)
1982 인간 11인 (관훈미술관, 서울)
1981 부산청년비엔날레 (공간화랑, 부산)
1980 18인의 회화 (청년작가회관, 서울)
1979 36인의 방법 (미술회관, 서울)
1978 국제화랑개관기념 (국제화랑, 부산)
1977〜79 제1〜2회 기류 (부산)
1977〜81 제1회〜제5회 POINT현대미술회 (부산, 울산, 서울)
1976 안창홍, 정복수 2인전 (현대화랑, 부산)
수상
2001 제1회 부일미술대상 수상 (부산일보사)
2000 제10회 봉생문화상 전시부분 수상 (봉생문화재단, 부산)
1989 카뉴국제회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 (카뉴,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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