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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미협 아카이빙/2000년~2009년대 자료

헤럴드 경제, 찬바람속 체온 느껴지는 조각들 다가온다

by (사)한국민족미술인협회 2020. 11. 28.



탁월한‘리얼리즘’구현…주목받는 작품전

심정수 초대전 현대인 표상 진솔하게 표현…40년 작품‘한눈에’

김경민ㆍ권치규 부부 일기쓰듯 일상 풍자-욕망의 대상‘집’재해석


초겨울, 조각이 온다. ‘리얼리즘 조각’의 힘을 보여주는 조각들이 미술애호가를 찾아나선다. 중견조각가 심정수가 서울 세종로 일민미술관에서 대규모 작품전을 여는가 하면 부부조각가 권치규, 김경민 커플은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합동전을 연다. 경기침체로 비용이 더 드는 조각전이 부쩍 뜸해진 상황에서 모처럼만의 괄목할 만한 조각전은 더욱 반갑게 다가온다.



▶현대인의 실존적 외침, 심정수의 조각=리얼리즘 조각 부문에서 발군의 역량을 보여온 조각가 심정수가 40여 년의 작업을 담은 대규모 전시를 광화문 일민미술관에서 연다. 오는 21일부터 내년 1월25일까지 ‘Phantom REAL’이란 타이틀로 열리는 작품전에서 심정수는 지난 1970년대 제작한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진솔하면서도 절박함으로 가득 찬 조각 80여점을 선보인다. 타이틀인 ‘Phantom REAL’은 ‘실제의 상(像)’이자 환영, 착시, 유령 등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곧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실제 모습이자 착시, 또는 환영이기도 하다.

일민미술관은 이번 조각전을 마련하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언제나 ‘숭배’이자 ‘장식물’의 대상이었던 ‘인간’ 형상으로 빚어졌던 조각이 심정수의 작업에서 어떻게 삶과 실존의 문제로 해석, 계승됐는지에 주목했다. 즉 조각의 기본가치와 언어에 충실하면서도, 생활공간과 조각이 관계 맺는 문화적 상황을 새롭게 비춰보려 한 심정수의 기본태도에 초점을 맞춘 것.


전시는 모두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전통의 현대화 작업으로서의 조각과 1980년대 리얼리즘적 조각작업, 이후 나타나는 조각적 메타포와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조각의 의미언어를 구축해본 작업으로 나뉜다. 이같은 시기를 통과하며 심정수의 조각은 시대를 묵묵히 살아가는 민초들의 생짜배기 삶과 실존,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상황을 팽팽한 긴장감 속에 담아내 감상자에게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다.


전시를 기획한 김희령 일민미술관 디렉터는 “뚝심있게 한 길을 걸어온 한 조각가의 인생과 한국조각의 흐름을 만나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우리의 문화적 정체성을 찾는데 집중해온 일민미술관의 기존 기획과도 연계되는 동시에, 한 작가의 예술적 실천을 음미해보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02)2020-2055



▶부부조각가 김경민, 권치규의 살가운 조각=오랫동안 한 작업실에서 동고동락해온 부부조각가 김경민 권치규 부부가 서울 인사동 선화랑 초대로 부부합동전(26일?12월9일)을 연다. 개인전이 흔치 않은 조각계에서 꾸준히 전시를 열며 작품을 발표해온 두 사람의 작업을 비교해가며 살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아내 김경민은 여성작가 특유의 섬세한 감각으로 삶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해학적이면서도 풍자적으로 풀어내 주목받고 있다. 자신이 경험한 일들을 일기 쓰듯 쉽고 재미있게, 그러면서도 톡 쏘듯 풍자하는데 재능을 보여온 작가는 이번에도 코믹한 연출과 자유자재로 변형하고 재구성한 조각을 내놓았다. 평범한 소재를 섬세하고 재미있게 구성하는 표현능력과 극적이고 동적인 등장인물, 회화에 필적한 만한 강렬한 색채가 눈길을 끈다.


남편 권치규는 절제된 구조와 형태미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현대인의 내면세계를 압축해내고 있다. 작가는 현대인의 내면을 ‘집’이라는 형상으로 상징화하면서 ‘소통’의 문을 연다. 그의 집은 평면화된 마름모꼴 구조를 띠며, 거기에는 작가 특유의 주름질 방법에 의한 투시가 등장한다. 즉 집의 한 쪽 벽으로부터 시작된 형태는 주름을 따라 소실점 가까이 가면 또다른 이미지로 변주된다. 소실점으로 수렴되는 지점에는 사람, 나무가 나타난다.


바로 이 대목에서 작가는 의미심장한 해석을 내놓는다. 집이라는 문명(욕망)의 실재를 원근법적으로 투시할 때 결국 거기에는 자연 혹은 인간이라는 본질적 사안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최근들어 작가는 주름질 구조를 더 발전시켰는데 구조의 안과 밖, 네거티브와 포지티브의 상호작용을 통해 어떤 형태(존재)든 반드시 그것을 잉태한 또다른 존재가 있음을 형상화해 흥미를 더해준다. 02)734-0458


이영란 기자(yrlee@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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