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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미협 아카이빙/2000년~2009년대 자료

경향, “이건 안돼!”…경찰이 짓밟은 ‘反MB 삐라’

by (사)한국민족미술인협회 2020. 11. 28.

‘대북 삐라는 되고 패러디물은 안된다?’

일부 예술가들이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펼치려다 경찰이 이를 방해하자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며 강력 비판했다.


경찰이 8일 청계천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 비판 퍼포먼스를 방해, 비난을 사고 있다. ⓒ경향닷컴

자신들을 ‘나라 걱정 많은 예술가’라고 밝힌 10여명은 8일 오전 서울시 청계천 소라광장에서 최근 논란이 된 대북 삐라 살포를 패러디해, 이명박 정부를 비난하는 내용의 삐라 1만장을 대형풍선에 실어 공중에 띄울 예정이었다.

삐라는 12가지 종류로 대북정책 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를 아울러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과 그림을 담고 있다.

이들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지금 주식 사면 1년 안에 부자 된데 뭥미’라고 적힌 대형 풍선에 가스를 주입하고, 형형색색의 작은 풍선에는 ‘2MB 제발 아무것도 하지마’ ‘허걱! 뉴라이트 일제시대가 근대화?’ ‘6.15 10.4 공동선언 실천, 남북화해 이행’ 등의 글귀가 적힌 소형 펼침막을 걸었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는 강남 소망교회 중심의 1% 부자나라를 만들려 하고 있고, 대북 삐라 살포를 방관해 남북관계를 경색시켰다”고 비판한 후, “이를 걱정하는 예술가들이 모여 퍼포먼스를 통해 이명박 정권의 문제를 미술적인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보려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의 퍼포먼스는 순탄치 않았다. 대형 풍선에 삐라 뭉치를 묶고 허공에 띄우기 직전, 갑자기 전경 1개중대 병력이 광장에 난입해 소형 풍선을 터뜨리고 대형 풍선마저 빼앗아 발로 짓밟았다. 이런 가운데 퍼포먼스 참가자들과 경찰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으며, 고성이 오갔다. 분개한 참가자들은 “대한민국엔 표현의 자유도 없나” “대북 삐라 살포는 방관하고 왜 우리는 막느냐”며 경찰에 강하게 항의했다.

김운성씨(미술가·45)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씨는 “의식있는 예술가로서 의무를 다하고자 했다”면서 “오늘은 경찰이 우리를 막았지만 우리의 의지는 여기서 꺾이지 않을 것”이라며 전국적인 운동으로 전개해나갈 뜻을 내비쳤다.


<고영득기자 ydko@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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