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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미협 아카이빙/2000년~2009년대 자료

민중의 소리, 대북삐라는 되고, MB삐라는 안된다?

by (사)한국민족미술인협회 2020. 11. 29.

경찰, 예술가들 정부비판 삐라 퍼포먼스 진압

차성은 기자 / mrcha32@vop.co.kr


대북삐라를 패러디해 만든 막대풍선에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지금 주식사면 1년안에 부자된데 뭥미'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8일 낮 예술가들이 서울 청계광장에서 대북삐라 패러디 퍼포먼스를 진행하려 하자 경찰이 전의경을 투입, 진압하고 있다.
ⓒ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대북 비방전단(삐라) 살포를 철저히 보호했던 경찰이 이를 패러디한 예술가들의 이명박 정부 비판 퍼포먼스는 철저히 저지, 진압했다.

‘나라걱정많은예술가일동’이라고 밝힌 예술가와 네티즌 20여명은 8일 낮 12시 서울 청계광장 소라탑 주위에서 대북 비방전단 살포를 패러디해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전단 수백장을 긴 풍선에 매달아 날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경찰은 12시15분께 전·의경 50여명을 투입, 2~3분만에 헬륨가스를 주입하고 있던 풍선들을 모두 터뜨리고 찢어버렸다.

경찰은 퍼포먼스를 준비하고 있던 예술가들에게 어떤 만류나 제지도 하지 않은 채 곧바로 경찰력을 투입했다. 경찰력 투입 과정에서 법을 어겼다는 내용의 어떠한 경고방송도 없었다. 아무런 말도 없이 투입된 경찰력은 예술가들이 들고 있던 풍선을 손으로 터뜨리고, 찢고, 발로 짓밟은 후 아무런 말도 없이 돌아갔다.



대북삐라 살포 패러디 퍼포먼스. 풍선에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글귀가 매달려 있다.
ⓒ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현장에 있던 경찰 지휘관들은 ‘예술가들이 무슨 법을 어겼느냐?’ ‘왜 진압한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또 ‘누구 지시에 의한 것이냐?’는 질문에도 “경찰서 차원이 아니다”고만 답할 뿐 서울지방경찰청 지시인지, 경찰청 지시인지, 청와대 지시인지 대답하지 않았다. 한 경찰관계자는 “그냥 위에서 막으라고 해서 막았다”고 말했다.

이날 퍼포먼스는 ‘인사동 이발사의 외침,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제목으로 준비됐다. 인사동은 예술가들이 활동하는 공간이고 이발사는 임금님 귀가 당나귀 귀인 것을 보고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해 병이 난 국민을 뜻한다. 대북 삐라 발송 방법과 흡사한 방식으로 청계광장에서 삐라를 상공에 띄우는 형식에 미술적 장식을 가미한 퍼포먼스였다.

헬륨가스가 주입된 10여미터 길이의 막대 풍선에는 ‘지금 주식사면 1년안에 부자된데 뭥미’,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풍선 아래에 매단 비닐봉투에는 '이명박 정부가 경제 파산에 이어 남북관계까지 파산시키고 있다'는 내용의 만평이 그려진 전단지 수백장을 넣었다.

또 10여개의 작은 풍선에는 ‘2MB 제발 아무것도 하지마 숨도 쉬지마...’, ‘아! 캄캄한 2MB 정권’, ‘헉!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우! 유인촌 문화부 완장’, ‘오! 반북풍선지원법’, ‘허걱! 뉴라이트 일제시대가 근대화??’, ‘6·15 10·4 공동선언 실천 남북화해 이행’, ‘이대로 용서 안돼!’ 등이 적힌 종이를 매달았다.

이날 퍼포먼스를 준비한 예술가들은 “수많은 의혹에도 불구하고 경제하나 잘하겠다고 나라를 맡은 임금님은 국민의 안전 먹을거리 운동으로 시작된 촛불 민심을 외면하고 되레 경찰 폭력으로 힘없는 백성을 탄압했다”고 이명박 정부를 규탄했다.

또 이들은 “헌법재판소의 종부세 판결에서 봤듯이 1% 부자나라를 만들기 위한 임금님 속셈을 알게 됐고, 더불어 뇌관만 건드리면 터질 수 있는 남북 관계를 경색시키더니 결국 기획탈북자들의 저질 쇼를 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들은 “이 사실을 지켜본 나라 걱정 많은 이발사들이 서울 한복판에서 이 사실을 만천하에 알려 세상을 바로잡으려하니 세상 사람들아 우리 이발사들의 소리 좀 들어 주소”라며 이날 퍼포먼스의 이유를 밝혔다.

나라걱정많은예술가일동의 김모씨는 “대북 삐라를 인정하고 모두 날리게 보호까지 한 정권에 답답함을 느낀 예술가들이 사회적 문제를 해학적으로 풍자하는 것이 퍼포먼스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경찰이 우리의 퍼포먼스를 막고 뺏고 터뜨렸다"며 “퍼포먼스는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2차, 3차 계속 진행할 것이고 앞으로 각 지역과 각 단체에서 이런 행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티즌 너럭바우(닉네임)는 “대한민국 공권력의 이중적 잣대에 경탄을 금치 못하겠다. 대북삐라살포는 묵인하고 지원까지 하면서 예술가들이 퍼포먼스로 자기 생각을 얘기하는 공간마저 공권력을 동원해 짓밟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 권리를 무시하고 국민의 이해를 묵살하고 있는 현 정권의 여러 정책과 방향을 지적하고, 국민의 힘으로 바로잡도록 이런 퍼포먼스를 계속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대북삐라 살포 패러디 퍼포먼스. 풍선에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글귀가 매달려 있다.
ⓒ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대북삐라를 패러디해 만든 막대풍선에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지금 주식사면 1년안에 부자된데 뭥미'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한 시민이 퍼포먼스를 유심히 쳐다보고 있다.
ⓒ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대북삐라를 패러디해 만든 막대풍선에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지금 주식사면 1년안에 부자된데 뭥미'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일 낮 예술가들이 서울 청계광장에서 대북삐라 패러디 퍼포먼스를 진행하려 하자 경찰이 전의경을 투입, 진압하고 있다.
ⓒ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대북삐라 살포 패러디 퍼포먼스. 풍선에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글귀가 매달려 있다.
ⓒ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패러디 퍼포먼스가 경찰에 진압당한 후 예술가들이 간단히 입장을 밝히고 있다.
ⓒ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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