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 문화부 기자 eddie@hk.co.kr
11월 7일과 12월 5일. 올해의 마지막 두 달, 두 번의 첫 금요일에 문화계에서는 판박이처럼 똑 같은 일이 일어났다.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과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문화체육관광부의 특별 감사를 통해 차례로 해임됐다. 해임 대상자들은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법적 대응을 선언했다.
해임 사유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마르셀 뒤샹의 작품 ‘여행용 가방’을 비싸게 구입했다는 이유로 해임된 김윤수 전 관장의 경우 이미 작년에 경고 처분을 받았던 사안이었고, 문화예술진흥기금을 잘못 운용했다는 김정헌 전 위원장의 경우는 감사원의 권고에 따라 개정을 앞두고 있는 건이었다. 기관장 해임의 근거로는 턱없이 부족했고, 문화계에서는 “그렇게밖에 못 쫓아내냐”는 비아냥이 나왔다.
두 사람은 올해 3월 유인촌 장관이 “지난 정부의 정치색을 가진 기관장들은 물러나는 게 자연스럽다”며 직접 거명한 이들이다. 현 정부에 의해 사퇴 대상으로 꼽혀온 또다른 기관장 역시 지난달 문화부의 집중 조사를 받았다.
이 기관장은 “외부 심사 나가서 받은 교통비까지 샅샅이 뒤지고 갔다”면서 “중요 사업의 예산을 전액 삭감당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좌우 스펙트럼으로 나누어 벌이는 리트머스 테스트가 문화계의 창작 정신과 자율성을 위축시킬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온갖 치졸한 방법을 동원해 정치색이 맞지 않는 기관장들을 내보낸 다음은 어떻게 될까. 내년 임기가 시작되는 신임 국립극장장에는 이명박 대통령 언론특보를 지낸 한 언론계 출신 인사가 거론되고 있다. 문화부가 국립현대미술관장 공모를 1주일 연장하자 문화계 인사들은 “장관 입맛에 맞는 사람이 지원을 하지 않은 모양”이라고 말하고 있다. 문화부 스스로가 문화를 우습고 초라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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