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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 뉴스, "기금 손실 났다고 해임 통보라니...

by (사)한국민족미술인협회 2020. 11. 29.

[인터뷰] '해임무효' 소송 준비하는 김정헌 전 문화예술위원장

손병관 (patrick21) 기자


▲ 문화예술위원회 김정헌 위원장이 5일 오후 아르코미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화부의 해임 근거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5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로부터 해임 통보를 받은 김정헌 전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62)이 6일 "법정 투쟁을 통해서라도 문화부의 부조리한 처사를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11월말 문화예술위를 '특별 조사'한 문화부는 ▲ 문화예술위가 메릴린치 증권 등에 700억 원을 예탁해 101억여 원의 평가손실을 냈고 ▲ 전시공간 제공 목적으로 지원받은 방송발전기금 10억 원 중 3억 원을 당초 목적과 다르게 작가 주거용 빌라 임대에 썼으며 ▲ 아르코미술관의 프로젝트형 카페(전시도 하는 카페) 운영 사업자를 경쟁입찰이 아니라 수의계약으로 선정한 점 등을 해임 사유로 들었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은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문화부가 한 직원의 제보를 핑계로 감사를 벌였는데, 이런 걸 문제 삼을 줄은 몰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문예진흥기금의 평가손실 부분에 대해서는 연기금과 각종 공제회 등도 같은 상품에 가입해서 큰 손실을 입었는데 문화예술위만 문제삼을 수 없다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그런 논리대로라면 약 60억 원의 평가손실을 본 문화부 관광기금에 대해서는 기금 책임자와 장관을 해임해야 한다. 몇 조원 손실을 본 연기금은 대통령이 책임져야 하나?"고 반문했다.

그에 따르면, 문화부 감사담당관이 문화예술위 직원들에게 기금 예탁의 책임을 김 전 위원장에게 떠넘기는 확인서 작성을 종용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또한 김 전 위원장은 "문화부 김장실 차관이 11월초에도 사퇴를 요구했고, 유인촌 장관도 나를 만나서는 '빨리 정리하시라'고 얘기하더라"며 문화부 장차관들의 사퇴 압박이 오래전부터 있었음을 시사했다.

김 전 위원장은 "가처분 신청 없이 해임무효 본안소송으로 가려고 한다"며 "최종판결까지 몇 년 기다리는 것도 감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현역 화가인 김 전 위원장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이사와 문화연대 상임 공동대표 등을 지낸 뒤 작년 9월부터 3년 임기의 문화예술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다음은 김정헌 전 위원장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 위원장에서 해임되기 전에 문화부로부터 사퇴 압력을 직접 받은 적이 있었나?

"문화부 김장실 차관이 나와 김윤수 현대미술관장을 11월 6일 차관실로 차례로 불러 '11월말까지 결단을 내려 달라'며 사퇴를 종용했었다. 내가 '차관의 정무적인 판단으로 이런 얘기를 하는 거냐?'고 묻자 김 차관이 '(유인촌) 장관님이 고민 끝에 내린 결심을 전달한다'고 답했다. 내가 강하게 항의하니 김 차관이 나에게는 뭐라고 못했지만, 나보다 먼저 김 차관을 만난 김 관장은 이상한 낌새를 느꼈는지 (내가 없는 사이에) 내 사무실로 일부러 찾아와 자신의 걱정을 전하려고 했었다고 한다.

황당한 것은 김 관장에게도 나처럼 '11월말까지 결단을 해달라'고 얘기해놓고는 다음날 곧바로 그의 계약을 해지했다. 나는 (김 관장처럼) 만만치 않으니 시간 끌다가 도끼로 쳐내버린 것 같다."



- 유인촌 장관이 취임 직후인 3월부터 김 위원장의 이름을 거명하며 사퇴를 종용했는데, 두 사람의 관계가 썩 매끄럽지 못했던 것같다.

"유 장관이 10월 23일 대학로 카페에서 기자들을 불러 모아놓고 '생활공감 문화예술정책'이라는 것을 발표했다. 위원회가 이미 시행하고 있는 사업들을 재포장해서 내놓은 것인데, 우리에게 사전협의도 안 하더라. (장관이) 잘난 척 하려고 그러는 건지…. 좀 괘씸하더라. 그후 국회에서 유인촌 문화부 장관을 만난 적이 있다. 내가 악수를 청했더니 유 장관이 '빨리 정리하세요'라고 하더라. 내가 '뭘 정리하라는 말이냐'고 물었지만 그는 대꾸도 하지 않았다."



- 문화부 조창희 감사관은 5일 김 위원장의 해임 사유를 브리핑하면서 "11월에 내부자 고발이 있었고 문화예술위 전·현직 위원들의 감사 요청도 있어 11월 26일부터 12월 1일까지 특별조사를 벌였다"고 했다.

"위원회 운영에 불만을 품은 직원 한 명이 문화부 감사관실과 접촉한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내가 문화부에 무슨 얘기를 했냐고 물으니 그가 '유망작가 전시공간 제공 목적으로 지원받은 방송발전기금으로 당초 목적과 다르게 작가 주거용 빌라를 계약했다는 얘기를 했다'고 답하더라. 여기에다가 나를 안 좋게 보는 1·2기 위원들의 얘기까지 갖다 붙여 감사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 문화부 감사를 받은 후 위원장에서 해임될 것이라는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나?

"문화부에서 '현장점검'이라는 명분으로 감사를 나왔을 때는 가볍게 생각했다. 해임 사유를 안 잡히려고 했는데, 이런 걸 문제 삼을 줄은 몰랐다. 문화부가 열거한 해임 사유들을 읽어보고 '이런 걸 만들려고 감사를 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 문화부는 해임의 주요 사유로 '메릴린치 증권 투자손실'을 언급했다.

"문화부는 '(문화예술위가) 메릴린치증권 한국지점 등 5개사에 700억 원의 문예진흥기금을 예탁해서 101억 원의 평가 손실을 입었다'고 얘기한다. 그런데 그건 9월 국정감사에서 이미 거론됐던 사안이다.

문화부는 '국가재정법과 문화예술진흥법에 근거한 금융기관 선정기준에 따라 C등급에 해당되는 메릴린치 증권에는 문예진흥기금을 예탁할 수 없는데 이를 위반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문예진흥기금 뿐만 아니라 연기금과 각종 공제회 등도 같은 상품에 가입했다. 기금 운용사들이 정보를 서로 교환하면서 분산 투자를 하는데, 세계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모두 손실을 본 것이다.

그런데 문화예술위원회만 문제를 삼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문화부 관광기금도 60억 원 가까이 평가손실을 보고 있는데, 그렇다면 기금 책임자와 문화부 장관도 해임해야 한다는 논리인가? 규모가 큰 연기금은 몇 조원의 손실을 보고 있는데, 연기금 까먹은 건 대통령이 책임져야 하나?

또 하나 황당한 것은, 문화부 감사담당관 김모씨가 직원들에게 '1~2기 위원장과 사무처장 등의 지시대로 기금을 예탁했다'는 확인서를 쓰라고 종용했다. 일부 직원들은 그가 요구하는 양식에 따라 서명했지만, 또 다른 직원들은 '펀드매니저나 기금운영자문회의의 주문대로 투자한 다음에 위원장에게는 보고만 드리지, 위원장이 지시할 사항은 아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 법원 판결까지 얻어낼 생각인가?

"가처분 신청 없이 해임무효 본안소송으로 가려고 한다. 최종판결까지 몇 년 기다리는 것도 감수할 생각이다."



- 2기 위원회가 김 위원장이 해임된 날 오후 회의에서 "문예진흥기금의 투자손실이 초래된 데 통한을 금치 못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문화부가 브리핑한 게 5일 오전 11시이고, 위원회가 소집된 게 같은 날 오후 2시로 안다. 각종 안건들을 처리하는 것도 바쁠 터인데, 누가 성명서를 그리 신속하게 준비했는지 모르겠다. 결국 문화부의 지시대로 움직인 게 아니냐? 보수와 진보를 떠나서 문화예술계 원로들의 자존심도 없는 행위라고 본다."



- 문예진흥기금이 진보성향 단체에 편파적으로 지급된 것을 문제의 시발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보수단체들이 그 문제를 항의하고 국정감사에서도 끊임없이 얘기됐던 것이다. 문예진흥기금은 기획력 있고 실험적인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사람들에게 많이 돌아가는데, 보수성향 기관·단체의 계획서들은 신청 단계부터 안 될 정도로 한심한 것들이 많았다. 위원회 시스템이라는 게 보수 성향 예술인들을 일부러 주저앉히는 방향으로 갈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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