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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미협 아카이빙/2000년~2009년대 자료

컬처뉴스, 경제위기, 문화비 지출은 더욱 줄이고

by (사)한국민족미술인협회 2020. 11. 29.

경제위기, 문화비 지출은 더욱 줄이고
[컬처뉴스가 뽑은 10대 뉴스] ③ 경제위기 속 예술시장 침체 여전

<김나라기자>


▲ 2000년 이후 고속 성장을 거듭해 온 뮤지컬계가 올해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예술시장 침체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미국발 금융위기, 고유가, 고환율로 인한 경제 한파는 문화예술계의 체감 온도를 더욱 낮아지게 했다. 외환위기 이후 아니, 그보다 더 살기 팍팍했던 올 한해, 사람들은 가장 먼저 “문화생활” 명목으로 들어가는 지출을 줄였다. 실제 문화부의 2008년 ‘문화향수실태 조사’를 보면 경제적 부담이 예술 관람의 걸림돌이라고 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 영화, 공연․연극, 미술, 문학, 음악 등 각 문화예술계가 맨몸으로 받아내야 했던 경제 한파의 여파를 들여다봤다.  

미술: 2007년까지 최대의 호황을 누린 미술계에 2008년은 너무도 추운 해였다. 미술 시장도 경기 침체와 맞물려 급격하게 위축됐고 설상가상으로 미술품 양도차익 과세방안까지 다시 입법화되었다. 그러나 역시 올해 미술계 최대의 화두는 ‘위작 논란’이다. 권옥연의 인물화가 위작으로 밝혀져 경매가 취소됐고, 도상봉의 정물화 2점이 유족의 진위 의문제기로 출품자에게 반환되었으며, ‘석조일경삼존삼세불입상’도 가짜 논란에 휘말려 경매가 취소됐다. 위작 논란의 중심에는 박수근의 <빨래터>가 있다.

<빨래터>는 2007년 5월 서울옥션 경매에 출품돼 국내경매사상 최고가인 45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그러나 미술전문 격주간지 아트레이드가 위작의혹을 제기, 서울옥션은 아트레이드 측을 상대로 명예훼손 등에 따른 30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2008년 1월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는 미술평론가 오광수씨를 위원장으로 전문가 20명의 특별감정위원회를 구성해 안목감정을 실시하고 19 대 1로 진품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감정연구소는 서울대 기초과학공동기기원 정전가속기센터와 도쿄예술대 보존수복유화연구실에 추가로 과학감정을 의뢰했다. 올 7월 결과는 진품으로 발표됐다. 그러나 명지대 최명윤 국제과학미술연구소장이 서울대의 연대측정 결과 해석에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에 서울대는 재조사를 벌여 지난 11일 서울옥션에 수정된 최종보고서를 보냈고, 윤민영 정전가속기연구센터장을 보직 해임했다. 서울대의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빨래터>의 제작연대가 1954년 이후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빨래터>의 진위는 아직도 미궁에 빠져 있다.

영화: 애초에 개봉 편수가 크게 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1월부터 11월까지 영화진흥위원회의 집계 결과 100편의 한국영화가 극장에 걸렸다. 그러나 속내를 살펴보면 경기침체로 투자사들이 신규 투자를 줄이자 완성 뒤 개봉을 미뤄왔던 '창고 영화'들이 숫자를 채운 것에 불과했다. 그러니 흥행과 작품성 면에서 기대 이하인 작품들이 대부분이었고 자연히 칸, 베를린, 베니스 등 국제영화제 수상 소식도 들을 수 없었다. 비디오, DVD 등 부가판권 시장이 무너진 가운데 불법다운로드가 줄지 않자 해외 배급사들이 철수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영화 관람료 인상 문제가 다시 불거져 찬반논란이 일고 있다. 2009년에는 제작편수가 더 줄어 40편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영화계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공연․연극: 올해는 ‘한국연극 100주년’의 해였다. 그럼에도 별다른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 연극계도 역시 '연극열전2'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극심한 불황에 시달렸다. ‘연극열전2’는 스타 마케팅으로 객석 점유율 95%라는 이례적인 성공을 거뒀으나 ‘화제작’에 비해 ‘문제작’이 없다는 일부의 비판을 받았다. 2000년 이후 고속 성장을 거듭해 온 뮤지컬계가 올해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도 주목할 만한 일. 불황의 여파도 있겠지만 그동안 거품 속에서 성장해온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지금까지와 같은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또 환율 상승과 대기업 후원이 급감해 내년 공연 예정인 작품 중 상당수가 이미 취소됐거나 유보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학: 종이 값 50% 상승, 고환율로 인한 저작권 로열티 부담 증가, 매출액 73% 감소 등 최악의 상황에 놓인 출판계의 불황 속에서 한국문학은 상대적으로 선전했다고 여겨진다. 공지영의 <즐거운 나의 집>,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이외수의 <하악하악>, 황석영의 <개밥바라기별> 등은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 몇 년 전 출간된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 이정명의 <바람의 화원> 등은 이를 원작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 제작에 힘입어 다시 한번 인기를 얻었다. 올해는 또한 황석영, 공지영, 이기호, 박민규 등의 순수문학 작가들이 본격적으로 인터넷 연재를 시작하기도 했다.

음악: 대중음악 시장은 2007년 대비 음반과 음원 매출이 다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007년 12월부터 2008년 11월 말까지 한터차트에 의하면 10만장 판매 음반이 7개나 됐다. 10만장 판매는 90년대로 치면 100만장의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으니 올해는 대중음악 시장에 조금은 숨통이 트인 해라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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