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인석 25~28일 개인전… 김은곤 27일부터 '풀-꽃잠' 초대전
배인석(40)과 김은곤(44)은 나름대로 민족 또는 민중이라는 화두를 안고 고민하거나, 적어도 고민했던 부산의 화가다. 그러면서도 두 사람은 성격만큼 작품도 다른 성향을 보이는데, 마침 비슷한 시기에 각자 전시를 벌인다. 비교해 볼 만 하겠다.
민족미술인협회 일을 보고 있는 배인석은 '학생백과대사전'이라는 제목으로 25일부터 28일까지 아트스페이스 MG(051-751-0377·부산 수영구 광안2동)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작품이 특이하다. 전단지 등 이런저런 인쇄물들을 모아 붙여 그 위에 채색하거나 모양을 변형시킨 평면들이다. 작품에 쓰인 인쇄물은 3종류. 올해 쇠고기 수입과 대운하와 관련해 열린 촛불집회 때 사용된 전단지, 부산 유흥가에 버려진 대출이나 마사지 따위 광고물, 작가 자신이 오랫동안 갖고 있던 낡은 학생백과대사전 전집, 그렇다.
작가의 의도는 쉽게 짐작된다. 막무가내 국가권력에 대한 시민 저항, 난잡한 소비와 욕망으로 일그러진 현대사회의 모습, 아쉬움에 더듬게 되는 허망한 옛 기억…. 저항과 욕망과 추억. 그렇게 엉클어진 각각의 가치 속에서 우리가 진정 좇아야 할 삶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작가는 묻는다.
1990년대 민족미술계열의 청년작가 그룹에서 민중의 삶을 그림으로 표현했던 김은곤은 27일부터 2009년 1월 15일까지 다다아트갤러리(051-893-0033·부산 부산진구 가야동 개금롯데인벤스시티 모델하우스)에서 초대전을 갖는다. '풀-꽃잠'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과거 민중미술의 리얼리즘 작가로 불렸던 그는, 이번 전시에서는 상당히 유화된 양상의 작품을 선보인다. 개망초나 강아지풀 등 들녘이나 길거리에서 흔히 보는 풀들을 정밀하게 그림으로 담았다.
작가의 의도는 특히 '풀-잡초는 없다'는 작품에서 뚜렷하다. 세상의 모든 풀은 비록 인간의 눈에는 쓸모 없고 천박해 보일지라도 실재에 있어 소용없는 풀은 없다는 것이다. 생명으로 태어난 바에는 주변에 일정한 쓸모가 있는 것이고, 그래서 존재할 가치를 갖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그림 속 풀들은 싱그럽다.
어쩌면 시인 김수영처럼 민중의 생명력을 풀로 표현했는지도 모를 일인데, 그렇다고 강인, 또는 인고의 의미만을 강조한 것은 아니다. 때때로 풀속에 태아처럼 웅크리고 잠든 소녀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풀은 그 속에서 꽃 같은 잠을 잘 수 있는 안식처이기도 하다.
임광명 기자 kmyim@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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