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연·배인석 잇단 개인전
'화려한 외도' 부산 두 남자 화폭으로 돌아오다
김성연과 배인석. 부산 미술계에서 각각 대안공간 반디 대표와 부산민족미술인협회 회장이라는 대외 직함이 더 익숙한 두 명의 작가가 본연의 업무로 돌아왔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상관성을 이야기하고(김성연) 버려지거나 오래된 종이를 통해 사유하는(배인석) 평면 작업을 선보이는 개인전을 잇따라 연다.
# 김성연 '포장의 이면'
- 27일~내달 15일 해운대 마린갤러리
김성연은 27일부터 내년 1월 15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중동 마린갤러리에서 열한 번째 초대전을 갖는다. 1년 반 만에 여는 이번 개인전에서 그는 포장지를 활용한 작품과 디지털 인화 및 프린트 30점을 내놓았다. 영상과 사진으로 도시 이야기를 주로 해왔던 작가는 선과 색을 부각시킨 평면 작업을 선보였다.
전시는 크게 3개 영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첫 번째는 과일 피자 등 포장박스를 펼쳐놓고 그 위에 다양한 색으로 체크 패턴 같이 가로와 세로 선을 반복, 교차시킨 작품이다. 선이 그려진 박스를 완전히 펼치거나 접어 전시, 포장지의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한다. 두 번째, 캔버스 위에 선과 문양을 그렸던 작가의 이전 아날로그 작품을 디지털 작업으로 변형했다. 세 번째, 이렇게 변형된 선과 색을 '몽유도원도' '세한도' '무송관폭' 등 유명 고전의 먹선 위에 혼합시켜 디지털 프린트했다. "이미 포장된 것을 해체해 다시 포장함으로써 또다른 흔적을 남기게 되는 거죠. 기존 작업을 변형시킨 자기복제이며 전통회화를 현대적 시각에서 재해석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선과 색에 집중한 이유에 대해서도 김 씨는 설명을 이어나갔다. "백화점에 가면 다들 상품을 고를 때 색이나 문양에 민감합니다. 이렇게 모두들 나름의 미학을 가지고 있는데 현대미술을 접할 때만 어렵다, 또다른 미학이 있어야 한다는 식의 두려움을 갖고 있죠." 이처럼 작가에게 선과 색은 생산과 수용의 간극을 좁혀 나가는 시도이다.
그는 "개인 작업을 하는 요즘이 제일 행복하다"라며 전시 개막을 앞두고 막바지 붓질을 이어나갔다. (051)746-4757
# 배인석 '학생백과대사전'
- 28일까지 수영구 아트스페이스MG
- 오래된 종이 통해 삶의 이상 점검
배인석은 2년 만의 네 번째 개인전에서 '초심'을 강조한다. 처음으로 돌아가 처음 꿈꾸었던 삶의 이상을 점검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누구나 어렸을 때 닳도록 뒤졌을 법한 학생백과대사전을 소재로 골랐다.
작품은 학생백과대사전의 표지들을 떼어 낸 뒤 그 위에 주제에 맞는 글을 콜라주하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가령 빛바랜 르누아르의 회화가 표지사진이 된 '음악·미술' 책 위에는 '불가능한 꿈'이라는 글이 있다. "체 게바라의 '불가능한 꿈을 갖자'는 말에서 인용한 것으로 현실에서 불가능한 것을 계속 추구해 나가야만 하는 예술의 본질, 예술가의 삶을 되돌아보자는 의도입니다."
'동물과 식물'엔 점점 파괴돼 가는 환경에 대한 죄스러움을 담은 '미안해'가, '정치·경제·사회'는 유신정부의 조직도와 찢어진 미국 달러 위에 어이없음을 의미하는 '헐~'이 덧붙여져 있다. 강 그림이 있는 '한국의 지리' 책에는 '젖줄'을, '세계의 지리' 사전에는 '괜찮니'를 뜻하는 'R U OK?'가 새겨져 있다.
올해 부산비엔날레 출품작인 '당신의 발 밑을 조심하라' 연작도 선보인다. 대출 일수 나이트클럽 등 밤 거리에 난무하는 쪽지를 주워모아 버려진 것들의 이면을 보게 한다. 올해 상반기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 현장에서 모은 유인물을 모아 그 위에 마티스의 '댄스'를 그려놓은 '춤08 대한민국'도 있다.
배 씨는 "이번 개인전은 대학 때부터 지금까지 써온 글을 모은 책 '신속한 파괴 우울한 창작'의 출판기념회를 겸한 전시회"라고 말했다. 28일까지 부산 수영구 광안동 아트스페이스MG. (051)751-0377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 입력: 2008.12.25 20:29 / 수정: 2008.12.26 오전 9: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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