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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미협 아카이빙/2000년~2009년대 자료

'이적표현물' 15년만 주인에 반환길 열려

by (사)한국민족미술인협회 2020. 7. 27.

지난 15년간 이적표현물 논란을 겪었던 민중미술가 신학철씨의 87년작 '모내기' 그림이 유엔 인권이사회의 표현의 자유 침해 결정에 따라 작가 본인에게 반환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오늘 법무부에 따르면 유엔 인권이사회는 최근 신씨측이 2000년 "모내기 그림에 대한 유죄판결은 인권규약 위반"이라며 진정한 사건에 대해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9조 표현의 자유 침해 사실을 인정하고 한국 정부에 신씨를 위한 구제조치를 취할 것을 결의했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한국 정부가 취해야할 조치로 ▲유죄판결에 대한 보상 ▲유죄판결의 무효화 ▲법정비용 보상 ▲그림의 원상복구 및 반환 등을 제시하며 이같은 결정후 90일 이내에 한국 정부가 취한 조치를 통보토록 했습니다.

신씨는 지난 87년 모내기하는 농부가 외세를 상징하는 코카콜라, 양담배 등을 바다로 쓸어넣은 남쪽의 장면과 풍년을 경축하며 행복한 모습을 짓고 있는 북한 사람들을 묘사한 '모내기' 그림을 전시회에 출품한 혐의로 89년 기소됐습니다.

1, 2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됐으나 99년 대법원이 유죄취지로 파기환송함에 따라 법원은 '모내기'가 이적표현물에 해당한다며 국가보안법 위반죄를 적용, 징역 10월 형 선고를 유예하고 그림을 몰수조치하는 확정 판결을 내렸습니다.

법무부는 대검, 외교부 등과의 협의 및 법원 행정처의 의견청취를 거쳐 검찰에 보관돼 있는 '모내기' 그림을 신씨에게 돌려주는 방안을 강구중입니다.

그러나 그림 반환, 판결 무효화, 금전적 보상 등을 위해선 법원의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이 전제돼야 하는데 재심 과정의 법률적 난점으로 인해 특별사면 등을 통한 그림 반환 방안이 모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재심개시 사유를 '원판결의 증거 위조', '수사관 가혹행위가 있을 때', '무죄가 인정될 만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 등으로 한정하고 있는만큼 가치판단을 달리했을 뿐인 유엔 인권이사회 결정은 재심 사유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법률검토 결과입니다.

법무부 관계자는 "조약 가입국으로서 규약을 성실히 이행할 책임은 있지만 규약의 법적인 구속력은 없다"며 "특히 법치주의 국가로서 법률에 배치되는 조치는 정부의 의지가 있어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유엔 인권이사회 결정을 완벽하게 수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법무부는 내달중 외교부를 통해 유엔 인권이사회에 신씨에게 취해진 조치를 통보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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