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민미협 아카이빙/2000년~2009년대 자료

성명서-전남도청의 구태의연한 미술행정과 인식에 항의함

by (사)한국민족미술인협회 2020. 10. 15.

전남도청의 구태의연한 미술행정과 인식에 항의함

우리는 전남 발전을 위해 도청이 남악으로 이전한 사실을 오랜 숙원을 푼 것 같은,

기쁜 환영의 감정을 전하면서 전남도가 21세기 남악시대를 맞이하여 남도예술의 발

전에 새로운 예술행정, 지원정책으로 예술가들을 뒷받침 하리라고 믿었다.

그 중의 하나가 공약사업으로 들고 나온 남도예술은행 설립이었다. 그러나 그 사업

의 개요, 목적과 진행과정 절차며, 실질적 위원회 구성 출신을 보고 너무도 어처구니

없는 시대착오적 발상과 구태의연한 관료주의적 관행과 편향된 위원회 인사 구성을

발견하고 그 관료적 문화마인드에 대한 무지와 독선에 개탄과 분노의 감정을 아니 드

러낼 수 없고, 우리 스스로 남도 예향 출신이라는 자긍심에 수치심을 아니 느낄 수 없

다. 해방이후 정치적 시련과 경제적 낙후지역, 문화 권력의 소외지역에 살면서 우리

는 예술 활동 영역에서만은 가장 진취적이고 창의적으로 전국의 여타 지역을 선도하

여 왔다고 자부하였기 때문에 전남도의 무지와 독선 앞에 부끄럽고 슬픈 것이다.

우선 전남도의 무지는 그 목적 설정의 시대착오적 발상에 있다. ‘전업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뒷받침하여 생활기반을 조성,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 한다는 목적 배경의

대의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얼마나 기여할지 가늠할 수 없으나 그 동기는 순수하다

하겠다. 그 다음 목적 방향으로 내세운 ‘전남의 독창적이고도 훌륭한 문화유산인 전

통미술을 지역의 대표적 문화상품으로 브랜드화 하여’ ‘남도 특유의 예술성과 정통성

을 더욱 확고히 하고 예향의 맥을 길이 전승’ 한다는 것이다. 오늘의 미술 흐름과 상

황, 그 현주소를 모르는 일반인이 듣기에 그럴듯한 명분이다. 그리하여 지원 작가의

출품 장르로 제시 공고한 것이 ‘한국화, 서예, 문인화’ 이다 이 3 장르를 가지고 남도

상품으로 브랜드화 하겠다는 것이 남도예술은행의 첫 사업 내용이다.

누가 이 같은 발상을 제안하여 도지사의 결재를 받았는지 알 수 없으나 먼저 지사를

보좌하는 주변 인사들의 무지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화는 무엇이며 문인화

는 또 어떤 개념인가? 한국화 범주 밖에 문인화가 따로 놀고 있다는 것인가? 원래 한

국화의 장르 개념 속에 서예와 문인화가 섞여 있다는 것은 소학생도 아는 상식이며

국전의 제도적 변화에 따라 서예가 독립 장르화한 것은 중학생도 배우는 미술교과 내

용이다. 몰이해의 문제는 그 다음으로 전통미술 즉 한국화( 문인화), 서예가 남도미

술이며 남도한국화가 예향의 맥이라는 방정식은 현대미술의 입문 상식도 없는 참으

로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는 지적을 아니 할 수 없다.

국전이라는 관전미술이 절정기를 장식하던 ‘ 70년대에 진도인 의제 허백련이 광주에

터 잡고 남농 허건이 목포를 중심으로 양대 제자들을 길러내고 활동할 무렵, 음식점

이고 다방이고 도배하듯이 양산되었던 한국화의 호시절이 있었음을 기억함인가? 이

같은 기이한 현상에 그 시대 평자들이 서울지역 한국화와 다른 ’남도화‘라 부른 적이

있었고 예향이라는 맥락에서 읽었을망정 서양화를 배제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오

히려 근, 현대회화로서 남도적 감성에 결정적 기여를 한 화가는 오지호화백과 신안출

신 김환기화백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오늘의 남도화단은 서양화가 주류를 형성하며

김암기, 박석규화백 등이 자신들의 독특한 화법과 소재로 남도적 감성을 창출하여 후

진들의 모범이 되고 있다. 이들에게 남도적 예술성이 부족하다면 전남도는 현재의 전

남도 한국화의 사례에서 모범답안을 제시해야만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남도화단을

주도하고 있는 다양한 장르로 세분화될 수 있는 서양화 분야뿐 아니라 전통예술의 맥

락 안에서 이해될 수 있는 도자, 공예, 그리고 조소와 영상예술 등의 거대한 흐름을

애써 외면한 채 고사위기에 처한 동양화 장르만을 집중 지원한다는 발상은 21세기

의 중심에 서있는 예술의 현재, 미래에 대한 몰이해이며 예술의 상품성을 개발하는

또 다른 문제를 깊이 고려해 본 적이 없는, 소수 특정인의 작품 팔아주기로 착각하는

전남도 예술행정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주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특정 장르

에 있지 않고 남도적 감성의 표현방식에 있다. 한국화는 곧 남도화라는 방정식은 인

정할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우리가 이 사태를 묵과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

는 현재의 ‘예술은행’이 남도화단을 동, 서양화를 계열별로 이간시켜 상호투쟁의 장

으로 변질시킬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예술이론의 초보적 상식도 외면한 채 강행하려

는 전남도의 의식수준, 흘러간 70년대의 기억을 가지고 전통화 확보와 상품의 브랜

드화 하겠다는 시대착오적 발상에 엄중한 이의제기, 항의 서한을 공표한다.

지금 우리는 21세기 신자유주의 경제환경과 국제화 조류 속에 몸살을 앓으며 미술인

들의 생존방식에 위협을 맞이하고 있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바야흐로 예술지원은

서울의 ‘문화예술위원회’와 전국 시, 도에서 설립 민간에게 위임하여 운영 중인 “문화

예술재단”의 성공적 사례에서 증명되었듯이 자율적 민간인 운영중심 체제로 옮겨가

고 있는 추세에 있으며 이 제도를 통하여 예술은행의 기틀을 마련하고 운영의 전문화

를 꾀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술의 예술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왜곡 호도하는 현재의 ‘예

술은행’ 정책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전남도의 졸속 예술행정이 오늘의 사태를

자초하였음을 있음을 다시 한 번 환기한다.

진정으로 남도예술인을 보호하고 육성할 정책을 수립하려면 남도예술인을 상대로 광

범위하게 의견 청취의 수렴과정, 민주적 절차를 통하여 검증해야해야 함에도, 몇몇

의 구차한 발상을 도 문화예술 정책으로 삼는 구태의연한 행정 독주에 대하여, 지자

제 이후 하등의 전문성도 구비하지 않는 예술행정의 부재가 남아있다는 현실에 우리

는 깊은 우려를 금치 못하면서 다음과 같이 엄중히 요구한다.


1 전남도의 예술행정에 대한 전면 개혁을 단행하고, 업무를 민간에게 위임하여

   ‘전라남도문화예술재단’을 설립 운영케 하라.

2. 원칙과 형평성을 잃은 예술은행 운영위원회를 즉각 폐지하고 한국화, 서예, 문

인     화 중심의 공모를 즉각 중지하라

3. ‘전라남도문화예술재단’의 창설과 새로운 형태의 ‘예술은행’ 설립을 위한

   기초조사와 토론회를 개최하라

4. 위의 모든 절차와 위원회 구성을 민간인 중심의 예술자치위원회에 위임하라

5. 전남도는 지원을 하되 간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라.


이상의 요구사항이 수용되지 않을 때 우리는 전남도의 예술행정의 패권적 관료주의

를 폭로하고 협조를 거부하며 예술행정 개혁에 대한 전면 투쟁에 나설 것이며 남도

의 미술인들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문제점을 부각시키어 전국예술인들의 지지 성원

을 받으며 투쟁해 나갈 것이다.

              전남 민예총 / 전남 민미협            

              목포 민예총 / 민미협

              여수 민예총 / 민미협

              영광 민예총 / 민미협

              고흥 민예총 / 민미협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