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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미협 아카이빙/2000년~2009년대 자료

(성명서) 광주문화예술진흥위원회 위원 추천을 철회하며

by (사)한국민족미술인협회 2020. 7. 26.

(성명서) 광주문화예술진흥위원회 위원 추천을 철회하며







   관치행정이 문화중심도시의 최대 걸림돌입니다.







  광주민예총은 오늘 이토록 참담한 결정을 광주시민과 문화예술계를 비롯한 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에 전하게 되어 안타깝고 송구스럽습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6개월여의 개정축조 작업을 거쳐 올해 3월 11일 광주시의회를 통과한 ‘광주문화예술진흥조례’에 의거하여 구성될 ‘광주문화예술진흥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위원의 추천기준과 추천방식을 놓고 난항을 거듭해 왔습니다. 그리하여 지난 4월 22일 오후6시 비공개로 12명의 위원이 추천되었으며, 그 중에는 광주민예총이 추천한 분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지역내 수구기득권세력을 앞세워 위원회를 장악하려는 광주시의 정략적 의도가 드러남에 따라, 우리는 진보진영의 명예와 자긍심을 지키고 위원회를 바로 세우고자 ‘추천 철회’를 통보하는 공문을 오늘 광주시에 접수시켰습니다.  

  

  광주민예총은 위원회가 참여정부의 문화예술정책을 발전적으로 수용하여, 공정하고 창의적인 운영을 통해 실질적인 광주문화예술의 심의-의결-집행기구로 자리매김할 것을 주장해 왔습니다. 관치행정의 들러리였던 근현대사의 질곡에서 벗어나 진정한 민간자율기구로 태어난다는 역사적 의미와 더불어 전국에 시범사례가 된다는 점에서도 가치있는 과정이라 자부했습니다. 또한 지난해부터 광주를 문화중심도시로 조성하려는 중앙정부와 광주시민사회의 의지와 역량들이 모아져 왔고, 올해부터 그 핵심 사업들이 광주에서 벌어질 예정인 터라 매사를 신중하게 다뤘습니다. 그러나 광주시의 접근방식은 관치주의의 낡은 틀과 정략적인 대응으로 일관되었습니다.

  

  지난 3월 2일 광주문화예술진흥조례(안)이 시의회에 긴급안건으로 상정되어 이틀뒤 해당 상임위인 행정자치위원회 심의를 거쳐 3월 11일 본회의를 통과하였습니다. 그러나 광주시가 상정한 조례안은 지난 수개월간 문화예술인, 민간전문가들이 함께 개정축조하여 최종합의한 것과 다른 ‘개악안’이라는 비판에 직면하여 상당 부분 수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공식적인 합의를 무시하는 광주시의 발상은 지금껏 관련단체나 전문가들이 들러리에 불과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거니와, 관치행정을 일삼아온 그들이 갖는 위기감이 무엇인지를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그들이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것! 그것은 예산과 그 예산의 집행권입니다. 기구와 제도를 장악하고, 행정권력과 손잡은 수구기득권세력을 앞세워 사업과 예산을 독점하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광주시가 보여준 관치행정의 정점에는 뇌물수수죄로 구속된 박광태 시장이 있습니다. 박시장이 발탁하여 핵심요직에 포진시킨 고위 행정관료들이 있습니다. 문화예술행정의 일선 책임자로서 체질에 맞는 인사들과 사업을 공유하고 교분을 나눠온 공무원들이 있습니다. 구속으로 직무정지된 박시장이 감옥안에서 주요시정과 인사를 좌우하는 한, 관치행정은 광주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계속 작용할 것입니다. 박시장의 그늘에서 맹목적인 충성을 바치는 관료들이 있는 한 관치행정은 혁신되지 못할 것입니다. 대의기구이자 시정의 감시기구인 의회도 이와 같은 현실을 직시하고 책임있게 의정활동에 임해야 합니다.




  광주민예총은 시의회가 위원회 구성에 개입하여 원칙과 목표를 공유하고 광주시의 추천권을 의회의 몫으로 요구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수차례에 걸쳐 의회측에 경과를 설명하고 우리의 입장을 전달했지만 결과는 무력하게 드러났습니다. 정치인으로서 현안에 대해 숙지하고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는 것은 의원들이 겸비해야 할 덕목입니다. 선거때만 개혁을 외치지 말고 명확한 정치적 입장속에서 진보와 개혁을 실천하는 정치인들이 많아져야 광주문화예술의 미래가 밝아질 것입니다. 17대 국회에 진출한 광주출신 국회의원들과 올해 7월 후반기를 맞이할 광주시의회의 전향적인 행보를 촉구합니다.  




  16대 국회에서 누더기가 된 ‘친일진상규명법’이 통과되었습니다. 17대 국회에서 온전한 법안으로 다듬어질 거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광주문화예술진흥조례도 후반기 시의회에서 당초의 취지에 맞는 조례로 개정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위원회는 한번 구성되면 3년 동안 바꾸지 못합니다. 광주시가 정략적으로 위원회를 장악하여 ‘식물위원회’로 전락시킨다면, 문화예술인들의 생존권이나 다름없는 창작지원사업을 비롯하여 제반의 정책사업이 위기를 맞게 될 뿐만 아니라 광주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도 크게 흔들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광주민예총은 오늘의 결단이 새로운 초석이 되어 위원회가 진정한 민간자율기구로서 광주문화예술의 지평을 열어낼 수 있기를 바라며, 향후 광주시민사회의 의지와 개혁정신을 바탕으로 수구적인 관치행정을 혁신하고 시민주체의 문화중심도시가 조성되도록 신명을 다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광주의 문화예술계가 창조적 가치를 중심으로 화합하고 상생하는데 앞장서겠습니다.    믿음을 갖고 지켜봐 주십시오.




  

광주시에 보내는 우리의 요구사항




-광주시는 2명의 위원 추천권을 시의회로 넘기고 위원회 및 위원장 장악의도를 철회하라. (근거 : 2004년 3월 4일자 국회문화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계류중인 ‘문화예술진흥법 중 개정법률안에 대한 수정안’ 제23조의 4 제2항에 의거 위원회를 구성하는 11인의 위원 중 과반수 이상인 6명의 위원을 국회문화관광위원회에서 추천하도록 규정하고 있음)




-광주시는 모법인 문화예술진흥법의 개정취지에 따라 지금까지의 위원회 구성절차를 전면백지화하고 준비위를 재구성하라. (근거 : 문화관광부의 ‘지방문화예술진흥위원회 설립을 위한 훈령’에는 행정권력의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행정부시장과 의회 행정자치위원장 만을 당연직으로 인정할 뿐 문화관광국장 및 추천권 행사 등은 명시되지 않았음을 상기할 것)




-위 사항이 관철되지 않는 한 위원회 구성은 원천적으로 무효임을 주장하며 향후 광주시의 정략적 의도에 따른 어떠한 위원회도 결코 인정할 수 없음을 천명한다.    




  

                          2004년 4월 27일




          광주민족예술인총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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